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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 벅찬 이야기, 영화 시월애

by nosugarpie 2025. 3. 6.

 

1999년 크리스마스

2000년도에는 감동적인 한국 로맨스 영화들이 주로 흥행했던 시기였습니다. 그중에서도 아련하면서도 그 시절 감성을 살려 여운이 남는 대표적인 영화 '시월애'가 있습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가장 인기 많은 배우로서 자리 잡은 '이정재', '전지현' 배우의 풋풋한 연기도 볼 수 있는 재미가 있는 영화이기도 합니다. '시월애'라는 뜻은 시간을 넘은 사랑을 의미합니다. 제목이 영화의 모든 내용을 직관적으로 알려주는 단어이기도 하니, 두 사람의 시간을 초월한 사랑이야기를 따라 두 배우의 감정선을 집중해서 본다면 더욱 몰입도 있게 볼 수 있습니다.

 

1999년 12월 22일 은주는 바닷가에 있는 예쁜 집에서 이사를 나가는날 누군가에게 편지를 쓰고, 집 앞 우편함에 넣고 새 집으로 떠납니다. 이사 나가기 전에 있던 집에서 미국으로 떠난 남자친구의 편지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그 편지가 혹시 오면 자신에게 연락을 달라는 편지를 은주 뒤에 이사 오는 사람에게 남겨둔 것입니다. 은주는 자신의 꿈인 성우 일을 하고 있는데, 팀에서 막내로 아직 자리 잡지도 못할뿐더러 대사도 거의 없고 그마저도 실수를 많이 하는 아직은 어설픈 성우입니다.

 

남자주인공 성현은 건설현장에서 건축설계일을 도맡아 하고 있고, 은주가 살던 같은 집을 이사를 오게 됩니다. 그 집은 성현의 이모가 지은 집이고, 그 집을 빌려 이사 들어간 성현이 '일마레'라는 이름을 지어 표지판도 만들어줍니다. 그러다 우편함에 들어있는 편지를 본 성현은 편지에 쓰인 99년 도라는 말이 이상하게 느껴집니다. 성현이 살고 있는 시대는 2년 전인 1997년 이기 때문입니다. 편지에 답장을 한 성현은 자신이 지은 집 이름을 어떻게 알고 있냐는 편지와 함께 97년이라는 날짜도 함께 적어 보냅니다. 그 편지를 확인한 은주는 성현이 장난을 친다고 생각하여, 미국에서 일마레로 오는 편지만 꼭 전해 달라는 당부를 남기게 됩니다. 그렇게 서로 처음에는 장난이라고 생각하여 편지를 주고받다가 2년 뒤인 미래에서 보낸 은주의 말이 예언처럼 맞아떨어지는 등 증명이 되기 시작하자, 두 사람은 2년의 시간을 거슬러 우편함이 매개체가 되고 있단 사실을 받아들입니다. 

 

2년이란 시간을 뛰어넘는 초월적인 사랑

은주는 기다리다 참지 못하고 결국 미국에 있는 남자친구에게 용기 내어 전화를 걸지만, 낯선 여자가 대신 받고 그 사람에게 다른 여자가 생겼다는 걸 알게 되고 절망합니다. 그렇게 서로 은주와 성현은 서로 만나지 못하는 시간 속에서 다른 사람에게 털어놓지 못하는 속내를 편지로 털어놓고 서로 위로받습니다. 그러다 은주가 2년 전 정확한 날짜를 기억하는 사건을 떠올려 성현에게 그곳에가면 자신을 볼 수 있을거라 이야기하고, 성현은 은주가 이야기한 날 장소에가서 은주가 잃어버렸던 녹음기를 우편함을 통하여 찾아줍니다. 그때 성현은 은주의 2년전 모습을 혼자 알아보게 되고, 녹음기에 자신의 목소리를 녹음하여 둡니다. 성현 또한 사람에게 받은 상처가 있습니다. 7살 때 자신이 아버지에게 버려졌다고 생각하여 평생 아버지를 미워하며 살아왔는데,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자신이 살고 있는 집 '일마레'가 사실은 아버지가 성현을 위해지어 주었다는 사실을 알고, 아버지가 평생 자신의 곁에서 맴돌았음을 깨닫습니다. 뒤늦게 차갑게 아버지를 그동안 외면했던 과거가 후회되고, 그 마음을 은주가 위로해 줍니다. 

 

서로가 치유가 되는 시간

서로에게 위안이 되고 힘이 돼주던 두 사람은 2년 뒤 은주가 있는 2000년에 제주도 한 해변에 예쁜 집이 지어지고 있는 곳에서 만나기로 약속하지만, 은주가 아무리 기다려도 성현은 나타나지 않습니다. 2년 7일이 지나길 기쁜 마음으로 기다리던 성현은 은주에게서 그날 자신이 나오지 않았다는 편지를 보고 의문을 가지게 됩니다. 

 

한편, 은주는 미국에서 돌아온 남자친구가 다른 여자와 함께 있는 것을 보게 되고, 그 모습에 자신이 아직도 미련이 남아있다고 생각하고 2년 전 그날 유학을 따라나서지 않았던 자신을 후회하는 마음에 성현에게 미국으로 떠나지 못했던 자신을 막아달라는 편지를 보냅니다. 그 편지를 받고 은주를 사랑하고 있던 성현은 괴로운 마음이 들지만, 사랑하는 사람의 부탁이니 들어주기 위해 찾아갑니다. 

은주는 예전에 남자친구와 대화하던 카페 앞에서 보행자가 차에 치여 사고를 당하는 모습을 목격하게 되었고, 그 사람이 성현이었음을 뒤늦게 알게 되자 성현이 다녔던 학교 사무실을 찾아갑니다. 그곳에서 제주도에서 짓고 있던 예쁜 집의 설계사진을 보게 되고 그 사진의 주인이 성현이고, 성현이 자신을 위해 집을 짓고 있었다는 것도 알게 됩니다. 그제야 성현에 대한 마음을 알아차린 은주는 곧바로 비어있는 일마레로 향하게 되고, 그 우편함에 급하게 자신의 부탁을 들어주기 위해 그 장소에 가지 말아 달라는 편지를 넣고 간절히 기도합니다. 제발 성현이 이 편지를 확인하여 그 장소에 나타나지 않게 해 달라는 기도입니다. 은주의 간절한 기도 덕분인지 영화 속 시간은 거꾸로 흐르고, 성현의 죽음을 막을 수 있게 됩니다.

 

바닷가 한적한 곳 다리 위에 예쁜 집에서 은주가 이사를 가기 위해 분주합니다. 그때 성현이 은주에게 다가오고, 성현을 알아보지 못하는 은주에게 은주가 보냈던 마지막 편지를 건네며 " 지금부터 아주 긴 이야기를 시작할 텐데, 믿어줄 수 있어요?"라는 말을 건네며 영화는 끝이 납니다.

 

한 번도 마주하지 못한 두 사람이 2년이 넘는 시간을 초월하여 서로의 아픔을 보듬어주고 치유해 주는 과정에서 생기는 사랑이 오롯이 편지에 집중하여 흘러간다는 점에서 너무 매력적이고, 다들 꿈꾸는 그러한 순수한 사랑인 것 같습니다. 모든 분들이 가슴 한편에 이런 낭만적이고 절절한 사랑을 담아두며 살고 있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