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 있는 시간여행
영화의 시작. 약혼녀 이네즈의 부모님과 함께 파리로 여행을 떠나는 주인공 길은 할리우드의 각본가일을 하고 있습니다. 각본가의 일을 접고 평소 좋아하던 소설을 쓰는 작가로 이직을 하고 싶어 하지만 약혼녀는 부정적으로 받아들입니다. 글을 쓰고 낭만 있는 삶을 지향하는 길은 낭만의 도시 파리를 마음에 들어 하며 살고 싶어 하지만, 이네즈는 파리의 삶을 원하지 않아 하고 이네즈의 부모님 조차 공화당 성향이 강하여 길과 맞지 않습니다. 약혼을 앞둔 이네즈와 길은 원하는 삶과 성향이 너무 다른 것으로 보입니다. 파리에 온 두 사람을 위해 이네즈의 친구커플과 함께 파리곳곳의 예술 관련 장소들을 안내해 줍니다. 길은 자신의 취향이 아닌 여행에 관심이 없고, 길 앞에서 예술에 대해 아는 척 잘난척하는 친구의 남자친구가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그런 길의 모습에 이네즈는 실망하며 이야기하자, 길은 이네즈에게 질려 따로 다닐 것을 권합니다.
파리 여행 중 술에 취해 호텔로 귀가하던 길은 걷다보니 길을 잃게 되고, 잠시 쉬어가던 차에 자정을 알리는 시계탑 종소리가 울리며 길 앞에 엄청 오래된 푸조 차량이 서게 됩니다. 길을 초대한다며 차에 태워 어느 파티 장소로 이끌려 갑니다. 그곳에서 젤다와 프랜시스 스콧 피츠제럴드 부부를 만나고, 그 파티의 초대가수는 콜 포터입니다. 1920년대의 유명한 예술가들을 만나게 된 길은 믿을 수가 없습니다. 그들을 따라 자신이 동경하던 어니스트 헤밍웨이를 만난 길은 자신이 쓰던 소설을 보여주기로 하고, 현대로 돌아온 길은 흥분하여 이네즈도 데려가러 하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아 데려갈 수 없게 됩니다. 그날 저녁 같은 장소에서 또 오래된 푸조 차량을 타고 시간여행을 하게 되는 길은 거트루드 스타인을 만나 자신의 소설을 보여주고, 그 기회로 파블로 피카소와 피카소의 연인 아드리아나도 만나게 됩니다. 아드리아나에게 첫눈에 반하는 길이지만, 마찬가지로 헤밍웨이도 아드리아나를 좋아한다는 것을 눈치챕니다. 계속되는 시간 여행에서 살바도르 달리와 그와 함께하는 예술가들도 많이 만나게 되는데, 자신이 2010년대에서 온 사람임을 솔직하게 밝히지만, 이미 초현실주의적 이념에 빠져있는 예술가들은 그런 길을 신경도 쓰지 않습니다. 이 모든 일들을 겪는 길은 자신이 현재 쓰고 있는 소설에도 내용을 적어나갑니다. 매일 밤마다 나가서 시간여행을 하는 길을 의심한 이네즈의 아버지가 길 몰래 탐정을 붙이고, 시간 여행을 하며 자신이 동경하는 시대에 빠져 이네즈와는 더욱 소홀하게 되고, 1920년에 있는 아드리아나를 사랑하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현재세계에서 자신들을 가이드하며 잘난 척하던 친구의 남자친구의 예술에 대한 안내가 모두 틀렸다는 것도 알게 됩니다.
여기 머물면 여기가 현재가 돼요. 그럼 또 다른 시대를 동경하겠죠.
현 세계에서 파리의 시장을 다니며 1920년대의 흔적을 찾아다니던 길은 우연히 아드리아나의 일기를 발견하게되고, 일기 속에 적힌 자신이 그녀에게 귀걸이를 선물한 후 사랑을 나누었다는 내용을 읽자마자 귀걸이를 준비하여 과거로 떠납니다. 함께 시간을 보내고 있는 그들 앞에 이번에는 벨 에포크 시대풍 마차가 한대 멈추며 초대합니다. 1920년의 예술가의 낭만시대를 동경하던 길처럼, 그 시대에 살고 있으면서도 아드리아나는 길처럼 과거의 벨 에포크 시대를 늘 동경해 왔습니다. 그 마차는 1890년대로 시간여행을 해주었고, 그곳에서 앙리 드 툴루즈 로트렉, 에드가 드가, 폴 고갱 등 그 시대의 예술가들을 또 만나게 됩니다. 동경하던 시대에 반해버린 아드리아나는 현재로 돌아가지 않고 계속해서 머물 것을 원했고, 벨 에포크 시대를 사는 드가와 고갱은 또 앞전의 시대인 르네상스 시대를 동경하고 있었습니다. 아마도 또 그 르네상스 시대사람들은 쿠빌라이 칸의 시대를 동경할 것이라는 것도 다르리아 나와의 대화에서 짐작할 수 있습니다. 그 두 사람의 모습에서 길은 자신이 동경하던 황금시대는 현재에 대한 자신의 거부감에서 비롯되었음을 깨닫게 됩니다.
혼자 1920년대로 돌아와 자신의 소설을 읽은 헤밍웨이와 다시 만나게 되는데, 자신의 경험이 들어간 소설을 보았던 훼밍웨이는 소설 속 여자인 이네즈와 그들에게 여행을 안내했던 친구의 남자친구가 바람을 피우는 사이라는 걸 모르냐는 이야기를 해줍니다. 현재로 돌아온 길은 이네즈를 추궁하며 헤밍웨이의 이야기를 하고, 그런 그에게 솔직하게 말하지만 과거얘기나 하는 이상한 사람으로 취급하며 약혼은 파투 되어버립니다.
파리는 빗속이 예쁘다.
약혼녀와 헤어지고 난 후 예전 파리 벼룩시장에서 만났던 레코드샾 직원과 마주치는데, 당시 콜포터의 노래가 나오자 길이 자신은 콜포터의 친구라고 얘기했고, 그 말을 듣고 농담인 줄 알며 웃으며 잠시 대화를 나누었던 사이였습니다. 다시 만난 두 사람은 콜포터의 이야기를 나누게 되고, 콜포터의 음악을 들을 때마다 길이 생각났다던 그녀의 말에 데이트신청을 하게 되고 우산 없이 갑자기 내린 소나기를 함께 맞으며 걷습니다. 이네즈는 비맞는 걸 극도로 싫어했던 것에 비해 두 사람은 비를 맞는걸 즐겼고, 서로 통성명하며 서로가 같은 예술적 감성과 취향을 가졌음을 느끼게 됩니다.
근현대 서양예술에 관련하여 잘 알지 못하는 글쓴이도 알 수 있는 인물들이 나와서 재밌게 볼 수 있는 영화입니다. 영화가 상영되는 내내 낭만적이고 내가 살고 있는 각박한 현시대와는 비교되는 여유로움과 그들이 자유로움이 길과 함께 저 또한 동경하게 되고 부러움을 느끼게 되는 순간들이 많았습니다. 등장하는 예술가들에 대해서 조금씩 공부하고 다시 보면, 그 사람들의 몇 마디 대사들조차도 재밌게 들리는 영화인 것 같아 2번은 보았으면 하는 영화이기도 합니다. 물론 그런 부분에 관심이 없거나, 흥미가 없는 분들은 영화가 지루하게 느껴질 법도 하지만, 아름다운 낭만 있는 영화 미술 연출과 음악을 함께 즐기면서 보시길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