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언제나 예고 없이 찾아온다
지하철 의자 자리를 누워서 차지하고 있는 노숙자를 서서 가는 임산부를 위해 온몸으로 밀어 자리를 내어 주는 용기 있는 희재를 인하는 멀리서 보게 되고, 당당한 그 모습에 호감을 갖습니다. 자신의 앞을 지나갈 때 희재에게서 옅은 국화꽃향기를 맡습니다.
며칠 후, 학교 선배를 따라서 동아리활동에 가게 되는데 그 곳에서 희재를 만나게 됩니다. 미국에서 살다가 고등학교를 다녀온 인하는 한국의 문화와 유머가 낯설어 적응을 잘 못하자 희재는 그런 인하를 못마땅하게 생각합니다. 어디에서 살다가 왔어도 자신의 뿌리에 대한 기본인식과 태도는 확실히 해야 한다며, 우리나라 역사나 문화에 대해서 잘 알아요 한다고 다그칩니다. 주위사람들이 말려보지만 인하는 한국에 대해 열심히 공부하고 다시 오겠다며 돌아섭니다. 인하는 기분이 상하기는커녕 당당한 희재의 모습에 기분 좋은 자극을 받아 열심히 공부하고, 그 모습을 본 희재가 인하를 동아리로 다시 부르게 됩니다.
열심히 동아리 활동을 하며, 가까워진 두 사람은 즐거운 대학생활을 만끽하게 됩니다. 동아리 엠티를 다같이 떠나게 된 인하와 희재는 섬마을에서 아이들에게 독서캠프를 열어 봉사활동을 합니다. 독서캠프에 참여한 아이들 중 유난히 어른들을 미워하고 친구들을 괴롭히는 남자아이를 달래 캠프를 무사히 마치면 소원을 들어주겠다고 희재는 약속합니다. 부모에게 버림받은 뒤, 어른들이 하는 말은 모두 거짓말이라고 생각한다는 아이의 사연을 들은 희재는 캠프가 끝나고 아이가 소원으로 희재가 바다에 들어갔다 나오는 거라는 말을 모른 척할 수 없게 됩니다. 어렸을 적 바다에 빠졌던 경험이 있어 물공포증이 심했던 희재는 인하의 도움으로 겨우 바다에 들어가지만 이내 정신을 잃게 되고 인하가 구해줍니다. 기절했다가 깨어난 희재에게 인하가 자신의 마음을 고백하고, 단호하게 거절하는 희재에게 처음 만났던 이야기와 자신의 진심을 전하지만 결국 어린 후배로만 생각했던 희재에게 인하는 거절당하고 맙니다. 그 뒤로도 마음을 정리하지 못하고 맴돌다 동아리를 더 이상 나가지 않고 잠적합니다. 재희의 졸업식날 잠시 얼굴을 비춘 뒤 인하는 군대에 도망치듯 입대하고, 그 사이 희재는 자신의 개인전을 여는 작가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이별도 그리 다르지 않다
그 사이 희재와 동아리 선배 성호는 서로 마음이 동하여 약혼하는 사이로 발전하게 됩니다. 희재와 성호는 희재의 부모님을 모시고 여행을 가던 중 교통사고가 크게 나게 되고, 그 사고로 희재는 부모님과 약혼자를 모두 잃게 됩니다.
시간이 한참 지난 뒤, 라디오 방송국 pd가 된 인하는 방송으로 희재가 듣기를 바라며 자신의 마음을 띄우곤 합니다. 반면 여전히 힘들게 겨우 살아가는 희재에게 같은 동아리 친구였던 정하가 찾아가 인하의 소식과 방송을 들려주고 어떻게든 어두운 동굴속에 숨어 들어간 희재를 꺼내려합니다. 글을 쓰며 라디오를 우연히 듣던 재희가 인하의 마음이 담긴 자신의 이야기가 매일 나오는 걸 알게 되고, 방송국으로 자신을 놓아달라는 답장을 보냅니다.
결국 재희가 스스로 나오길 기다리던 인하는 직접 찾아가게되고, 매일 요플레만 먹으며 버티던 재희를 위해 주변 모든 가게에서 요플레를 쓸어 담아 문 앞에 두며 자신의 마음을 다시 한번 전합니다. 이제 그만 자신을 용서하고 세상밖으로 나와 마주하길 바라는 진심 어린 인하의 마음을 안 희재는 결국 인하의 손을 잡고 두 사람은 결혼하게 됩니다. 사고 후 여러 번의 수술로 몸도 마음도 약해졌던 재희는 인하의 사랑을 받으며 행복한 결혼생활을 하게 되는데, 인하의 다짐대로 다시 예전의 대학생시절의 재희처럼 마음과 생각이 건강해집니다.
그렇게 행복한 결혼생활을 이어가던 중, 그들에게 아기천사가 찾아옵니다. 그런데 꼭 두 사람의 사랑이 행복할때쯤 불행이 찾아오곤 합니다. 그냥 입덧이 심한 줄만 알았던 희재가 검진 후 자신이 암에 걸렸다는 걸 알게 되고, 의사 친구 정란이의 설득에도 아이를 포기할 수 없던 희재는 수술을 거부하고 인하에게도 병을 숨깁니다. 희재는 자신의 마음과 상태를 인하의 라디오에 익명의 사연으로 계속해서 보내고, 점점 사연 속 이야기가 자신과 닮아있다는 걸 눈치채고 모든 사실을 알게 됩니다. 희재의 마음을 이해하게 된 인하 역시 자신이 안다는 사실을 희재에게 숨기고 휴직을 내고 여행을 떠나 함께 시간을 보냅니다. 하지만 숨길 수 없는 병의 증세로 고통스러워하는 희재 때문에 두 사람은 서로 의지하고 털어놓으며 시간을 버텨가고, 아이를 출산하고 생을 마감합니다.
어떤 꽃은 시들어야만 향기를 남긴다. 그리고 그 향기는 사라지지 않는다.
얼마나 자신의 운명을 탓하고 탓했을까요. 꿈많고 누구보다 당차고 하고 싶은 게 많았던 활짝 핀 국화꽃 같았던 희재가 점점 시들어가는 모습이 마음이 아픈 영화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희재에게서 나는 국화꽃 향기가 사라지지 않게 곁에서 묵묵히 일관된 사랑으로 지켜내는 인하의 사랑 또한 마음에 크게 남습니다. 인하의 사랑 덕분에 슬픈 운명을 가진 재희가 시들지 않고, 끝까지 아름다울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장진영 배우님의 대표작이었던 영화 국화꽃 향기 속 재희처럼 실제 배우님도 위암으로 세상을 떠났는데, 절대 시들지 않았고 여전히 우리 마음속에 향기가 아직 남아있다는 걸 꼭 아셨으면 좋겠습니다.
김하인 작가님의 장편소설이 원작인 국화꽃 향기는 서정적이고 시적인 문체를 쓰기 때문에 모든 영화속 대사가 한 편의 긴 시를 읽는 것 같아 익숙한 소재임에도 더 감성적이게 다가오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