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해 여름의 시작
시절이 어수선하던 1969년 군사정권 시대를 살고 있는 석영은 시끄러운 세상에도 관심 없고, 이성친구에게도 관심이 없어 무기력한 삶을 사는 대학생입니다. 강압적인 아버지와도 사이가 좋지 않은 석영은 대학교 과 친구들과 함께 아버지에게서 도망치듯 '수내리'라는 시골로 농촌봉사활동을 가게 됩니다. 무언가 다를까 싶어서 떠난 시골에서도 별다른 재미를 느끼지 못하고, 봉사활동에서도 툭하면 빠지며 시큰둥하게 하루하루 무료함을 느끼며 시간만 보냅니다. 그러던 어느 날, 석영은 시골을 구석구석 돌아보던 차애 노랫소리가 들리는 집 앞에 우연히 멈추게 되고, 그곳에 사는 예쁘고 통통 튀는 매력을 가진 시골 소녀 정인을 만나게 됩니다. 정인은 가족도 없이 혼자 살고 있었는데, 누구보다 씩씩하고 밝으며 시골 도서관에서 사서로 일을 하고 있습니다. 정인과 석영의 첫 만남은 석영이 씻고 있는 정인을 훔쳐봤다고 오해를 받아 물벼락을 맞게 되는 작은 오해로부터 시작됩니다. 나이 든 어르신들이 많은 시골에서, 정인은 한글을 모르는 분들을 모아놓고 책을 읽어주곤 하지만 성인소설을 가져오는 어른들에게 야한 구절은 뛰어넘고 급하게 끝맺음하는 정인의 순수한 모습에 석영의 호기심은 더 커져갑니다.
군사정권 시대에 맞는 반공훈련을 시골에서도 마찬가지로 하고있었는데, 훈련을 정말 열심히 받는 정인을 보며 마을사람들이 수근 거리는 이야기들을 석영은 듣게 됩니다. 6.25 전쟁 때 월북해서 온 정인의 아버지 때문에, 빨갱이의 자식으로 내몰려 동네사람들에게 항상 눈치 보며 수군거림을 견뎌야 했던 정인의 가정사를 우연히 듣게 됩니다. 그 얘기를 들은 석영은 혼자서 많이 외롭고 속이 상했을 정인을 위로해 주고 점점 더 마음이 깊어질수록 적극적으로 정인에게 다가갑니다. 정인은 봉사활동이 끝날때까지 잠시 머물다가 떠나갈 석영의 마음에 보답하지 않으려 하지만, 점점 더 적극적이고 진심인 것 같은 석영의 마음에 계속 흔들리곤 합니다. 하지만 결국 시골 공터에 설치한 작은 영화 화면으로 정인만을 위한 영화상영 이벤트를 열고,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정확히 알고 다가와주는 석영에게 마음을 열고 연인으로 발전하게 됩니다.
사랑도 마음대로 할 수 없었던 시대
하지만, 좋은 일이 있으면 꼭 나쁜일도 따라오는 걸까요. 학교행사 일정이 변동되면서 갑자기 예고도 없이 서울로 돌아가게 된 석영은 혼자 둔 사랑하는 정인이 눈에 밟혀 다시 돌아가게 되고, 짐이 되고 싶지 않아 아무렇지 않게 보내줬던 정인은 석영의 마음을 다시 한번 확인하고 서울로 함께 올라가게 됩니다. 학교사무실에 가기 위해 정인과 함께 자신의 학교에 찾아갔다가, 갑자기 시작된 군사정권과 대립하는 민주주의 시위에 휩쓸려 서로를 찾지 못하다가 얼떨결에 경찰서로 끌려가게 됩니다. 석영이 경찰서에 잡히자 석영을 면회 온 아버지는 정인에 대해서 이미 뒷조사를 한 상황이였고, 정인의 아버지가 빨갱이라며 잘못하면 같이 간첩으로 몰릴 수 있다고 절대 서로 아는척하지 말라는 당부를 합니다. 아무리 힘 있는 아버지여도 이 부분은 도와줄 수 없다며 빨갱이로 몰릴경우 어떤 불이익을 당하는지도 알려줍니다.
경찰들의 압박과 폭행에 못이겨 다가올 미래가 두려웠던 힘없는 석영은 정인과 대면하여 심문하는 자리에서 정인을 모르는 척해버립니다. 그런 석영의 모습에 놀라는 것도 잠시 정인 또한 모르는 사람이라며 석영은 모르는 척 감싸줍니다. 뻔히 알지만 모르는 척 잡아떼는 두 사람의 모습에 경찰도 석영을 조롱하지만 석영은 결국 정인을 끌어안으며 인정해 버리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그렇게 증거 없이 풀려난 정인과 석영은 함께 서울을 떠나기 위해 기차역으로 가게 되고, 석영은 정인에 대한 자신의 큰 마음을 깨달으며 함께하기를 마음먹습니다.
내가 떠나야만 하는 사랑
하지만, 머리가 아프다고 석영에게 약을 부탁한 정인은 석영이 약국으로 간사이 몰래 떠나버립니다. 앞으로도 자신과 얽히면 석영이 곤라해질거라는 걸 알기 때문이었겠죠. 처음으로 눈치 보며 아버지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시골에서 꿈도 포기하고 살아가던 정인이 석영을 만남으로써 시골에서 벗어나 서울에서 새 시작을 원했겠지만, 결국 변할 수 없는 자신의 운명에 석영까지 끌어 들일 수 없어 도망간 것으로 생각됩니다. 아버지가 북에서 왔다는 이유하나만으로, 자신의 꿈도 사랑도 모두 포기한 채 숨어 살아야만 하는 정인의 운명이 가엽고 또 가엽습니다.
30년이란 시간이 지나 모두가 동경하는 교수가 되어있던 석영은, TV프로그램에서 교수의 첫사랑을 찾는 작가와 PD를 만나게 되고 석영이 대학시절 봉사활동 갔던 시골까지 취재하러 가게 됩니다. 그곳에서 석영과 정인을 알고 지냈던 지인들이 두 사람의 절절한 사랑이야기를 해주게 되고, 정인의 흔적을 찾아 석영에게 알려주어 찾아가게 됩니다. 하지만 이미 정인은 세상을 떠난 후였는데, 정인 또한 살아있는 평생을 석영을 사랑하고 그리워하며 보내었다는 것을 정인의 유품을 보고 알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