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기선 누군가를 열심히 사랑하면 이룰 수 있나요
1979년 신라대학교 영어영문학과를 다니고 있는 소은은 군 제대한 동희선배를 짝사랑하고 있습니다. 동희선배를 몰래 훔쳐보다 들킬까 봐 겁나서 숨은 옆 동아리실에서 고장 나고 옛날 거라 부품을 구할 수 없다는 낡은 무전기를 하나 갖게 됩니다. 개기 월식이 일어나는 어느 날 밤, 고장 난 줄 알았던 낡은 무전기에서 남자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잘못 들은 줄 알고 처음은 그냥 넘기게 되는 소은입니다.
다음날 동희선배에게 연극을 같이 보자는 데이트 신청을 받게 되고, 연극을 보고 집으로 돌아가던 중 소은의 취미가 무전동아리활동인 줄 알았던 동희선배는 다음번 만남때 무전을 알려달라고 부탁합니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소은은 다시 무전을 켜게 되고, 전날 들렸던 남자 목소리의 주인인 지인과 무전을 하며 배우게 됩니다. 무전기를 배우고 싶다던 소은에게 지인은 학교 시계탑 앞에서 만나서 무전기 사용법이 적힌 책을 전해주겠다고 하지만, 두 사람은 서로를 아무리 기다려도 만나지 못합니다. 그날 밤 서로 왜 나오질 못했냐고 탓하는 무전을 하는데, 서로 이상함을 느끼는 대목이 많아집니다. 지인은 비를 맞으며 2시간을 기다렸지만, 소은은 먼지 날리는 시계탑 공사장 앞에서 기다렸다는 말을 하고, 서로의 학번을 이야기하는데 소은은 77학번, 지인은 자신이 99학번이라고 하자 서로를 이상하게 생각합니다.
우리는 다른 시간 속에서 같은 사랑을 꿈꾼다
소은의 이야기를 듣고 과거 신문기사를 찾아보며 알아본 지인은, 소은이 정말 79년대 사람이라는 걸 알게되고 소은에게 다음날 일어날 신문 속 이야기들을 알려주며 소은을 믿게 합니다. 서로가 과거와 미래에 있으면서 무선 무전기가 둘 사이를 이어준다는 걸 알고, 미래에 일어나는 일들을 지인이 소은에게 알려줍니다. 제약도 많고 시대가 어수선한 시절에 살고 있던 소은은 자신이 원하는 시대가 오는 미래를 들으며, 꿈을 꾸고 즐거워합니다.
그러던 중, 소은이 자신이 사랑하는 동희선배의 이야기를 들려주는데 지인이 자신의 부모님의 이야기와 비슷하다는 걸 알고, 부모님도 소은과 같은 과 같은 학번의 동기임을 알게 되어 알려줍니다. 엄마의 이름과 아버지의 이름을 들려주는 지인의 말을 들은 소은은, 자신의 가장 친한 친구인 선미와 자신이 사랑하는 동희선배가 결혼을 하게 될 미래를 알아버리고 큰 좌절을 하게 됩니다. 점점 우연히 동희와 자신의 친구인 선미가 가까워지는걸 멀리서 보던 소은은 이미 미래를 알고 있기 때문에 더 이상 두 사람에게 다가가지 못하고 멀리서 마음만 아파하게 됩니다.
부모님의 옛날이 궁금해진 지인은 시골집에 가서, 부모님의 사진을 찾아보게 되는데 그곳에서 소은의 흔적을 보게 되고 소은이 동희를 사랑했음을 알게 되고 자신이 전한 말이 상처가 되었음을 깨닫게 됩니다. 소은의 행방을 찾고 있던 지인에게 끊겼던 무전이 오게 되고, 소은이 동희를 포기했다는 무전을 받게 되고 혹시라도 부모님이 바뀌게 될까 봐 두려움이 조금 있었던 지인은 미안하고 안타까운 감정을 갖게 됩니다.
내 사랑의 결말을 미리 알아버린다면?
수소문 끝에 2000년, 현재 소은이 교수로 일하는 곳으로 찾아간 지인은 서로를 한눈에 알아보고 스쳐갑니다. 지인은 소은을 보고 와서는 얼마나 예쁘고 좋은 사람이 되어있는지, 소은이 무전에서 말해주었던 소은의 향기와 궁금해했던 미래를 말해주지만, 더 이상 무전의 답은 묵묵부답으로 조용할 뿐입니다.
일부러 원해서 된 일은 아니었지만, 무전을 통해 미래를 알게 되어버린 소은이 힘겨운 선택을 해야만 했던 과정이 너무 잔인하고 안타까운 마음이 드는 영화입니다. 처음에는 단순히, 무선 무전으로 주고받는 시대를 초월한 두 사람의 이야기가 흥미진진하기만 했다면, 자신의 사랑의 끝을 시작하는 차에 알게 됨으로써 노력도 사랑도 해보지도 못하고 포기해야 하는 과정이 마음 아프게 흘러갑니다. 미래를 뻔히 알지만 내 사랑을 우선으로 시작해 미래를 바꿔버리려고 노력했을 수도 있었을 텐데, 자신이 미래를 바꿀 수 없음을 받아들이고, 조용히 두 사람을 보내주는 소은의 마음을 우리가 이해할 수 있을까요.
2022년에 영화가 새로 리메이크되어 나올 만큼 당시 인기가 많기도 했고, 그 시대의 감성이 푹 담겨 많은 사람들에게 아직도 기억되고 있는 영화이기도 합니다. 2022년 리메이크 버전의 영화도 봤지만 아무래도 원조를 따라가기에는 아쉬운 부분들이 많이 있는 것 같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