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점 따뜻해지는 영화
눈 쌓인 넓은 들판에서 건너편 산을 바라보며 외치는 '오겡끼데스까' 이 대사는 영화를 보지 않은 사람도 알만큼 정말 유명한 영화 입니다. 건너편산에서 조난당해 죽은 약혼자를 향해 외치는 장면이라 정말 슬픈 장면으로 손꼽히기도 합니다.
일본의 유명한 대표적인 슬픈 사랑이야기의 영화인 러브레터는 조난사고 당한 옛 연인의 과거를 따라가는 여주인공의 이야기입니다. 남자친구의 3주년 추도식에 만난 남자친구의 주변사람들은 모두 그를 잊고 웃으며 잘 지내고 있는 것 같아 다행이지만, 속상하고 서운한 마음이 드는 히로키. 나만 놓지 못하고 있는게 아닐까 혹은 어떻게 저렇게 다들 잊고 웃을 수가 있는건지 속상한 마음이 들었을 히로키의 마음이 보입니다.
잘 지내고 있나요? 나는 잘 지내요.
옛 연인 이츠키의 집에서 학창 시절 앨범에서 이츠키가 학창시절 살았던 주소를 보게 되고, 그 주소로 답이 오지 않을 편지를 괜히 보내 봅니다. " 잘 지내고 있나요? 나는 잘 지내요 "
그런데 알고보니 동명이인의 여자가 살던 집이었기 때문에, 생각하지 못했던 이츠키의 이름이 적힌 답장을 받게 되고, 편지를 더 주고 받다가 이츠키의 학창시절 같은반에 있었던 동명이인의 동창생의 집임을 알게 됩니다.
당연히 내가 아는 이츠키가 아님을 알면서도, 이츠키의 정체를 막상 알고나니 실망스러우면서도 속상해하는 히로키의 모습을 보면 여전히 이츠키를 마음에서 보내주지 못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히로코의 편지에 답을 주고 받으며, 히로코의 부탁으로 약혼자의 옛 과거를 따라가며 이야기를 들려주던 이츠키는 애써 외면하여 잊고 살았던 아버지가 돌아가셨던 학창시절의 기억이 떠오르게되며, 첫 사랑의 기억도 떠오르게 됩니다. 그 과정에서 히로코는 자신과 많이 닮아있는 여자 이츠키를 발견하게 되고, 여자 이츠키는 행적을 따라가고 있는 남자 동창생 이츠키가 과거 자신과 같은마음으로 서로를 좋아했단 사실을 알게 됩니다. 그렇게 히로코도, 이츠키도 각자의 과거에서 헤어나오지 못했던 자신들을 남자 이츠키의 과거를 따라가면서 하나씩 하나씩 과거에서 현재로 나오기 시작합니다.
히로코의 현재 연인이자, 죽은 이츠키의 친구인 아키바가 히로코를 과거에서 현재로 데려오기 위하여 편지를 주고받는 후지이 이츠키가 살던 아키바로 찾아갔지만 엇나가는 타이밍으로 직접적으로 두사람은 만나지 못 한다. 하지만 돌아가는길 서로 스쳐가게 되는데, 두 사람은 너무 닮아있습니다.
아키바는 친구 후지이 이츠키가 조난당하여 죽은 산으로 히로코를 데려갑니다. 그 곳에서 이츠키와 함께 산을 올랐으나, 이츠키를 구해내지 못했던 불아범과 이야기를 나누게 되면서, 처음으로 과거의 이츠키의 이야기를 직접적으로 입 밖으로 꺼내는 히로코. 편지를 주고 받으며 이츠키의 과거를 따라갔던 히로코가 드디어 과거를 정면으로 마주할 준비가 다 되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히로코의 마음의 변화가 보이는 장면이였습니다.
자신에게 프로포즈를 할 때, 2시간 동안 반지를 들고서도 말을 꺼내지 못하던 이츠키를 떠올리는 히로코가 웃으면서 덤덤히 읊어내는 모습에 마음이 아팠습니다. 저렇게 이야기 할 수 있을때까지 얼마나 무너지는 마음을 쌓았다가 무너뜨렸다가 반복을 했을까요. 그리고 담담히 이츠키의 죽음을 이야기하는 불아범과 아키바를 보며, 사실은 그들도 히로코와 같은 시간을 보내고 있었지만, 담담히 각자의 방식으로 받아들여가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과거로 거슬러갔다가 점점 나오는 영화
불아범과 시간을 보냈던 다음날 해가 뜰때 이츠키가 묻혀있는 설산을 바라보며 아키바가 춥지 않냐는 인사를 먼저 건네자, 비로소 히로코도 설산을 향해 달려가 잘 지내고 있냐고 묻습니다.
이때, 감기로 밤새 눈을 뚫고 병원을 향해 달려갔던 여자 이츠키도 눈을 뜨며, 죽은 첫사랑 이츠키의 소식과, 과거 나를 좋아해주었지만 말없이 떠났던 이츠키의 마음, 아빠가 돌아가셨을 때의 그 겨울을 혼자 떠올리며 조용히 " 잘 지내고 있나요. 나는 잘 지내요" 라고 되뇌입니다.
여자 이츠키와 히로코는 배우 나카야마 미호가 1인2역으로 연기하여서 더 집중되고 신선했습니다. 그럼으로써 이츠키가 좋아했던 똑같이 닮아있는 두 사람의 모습이 오버랩되며 죽은 이츠키의 안부를 물을때 더욱 슬프고 집중할 수 있는 장면이 아니였을까요. 비로소 이츠키도, 히로코도 과거를 받아들이고 앞으로 살아갈 힘을 가지게 된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츠키도 잘 지내고 있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