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을 무채색에서 유채색으로 만드는 사람이 곁에 있으신가요?
영화에서는 지금 한국으로 치면 서울상경이 베이징 상경이고, 그것이 성공의 발판이자 꿈꾸는 삶인 것 같습니다. 주인공들 뿐만 아니라 친구들도 다들 베이징에서 성공한 삶을 꿈꾸곤 합니다. 돈을 많이 벌고, 번듯한 직장을 가지고 하고 싶은 일을 갈망합니다. 나를 사랑해 주는 돈 많고 안정적인 직업을 가진 남자와 결혼하길 바라는 여주인공 샤오샤오와 게임 개발을 목표로 두고 친구들과 함께 꿈을 향해 달려가지만, 현실에 부딪혀 무너져도 계속해서 꿈을 꾸는 대학생 린첸징의 이야기입니다. 둘 다 생계와 꿈 사이에서 힘들게 하루하루 살아가는 요즘 우리의 모습과 똑같습니다.
만나는 사람마다 제대로 된 남자를 만나지 못하는 샤오샤오를 보며 항상 걱정하고 안쓰러워하다가 연민을 넘어서 사랑의 마음까지 갖게 된 린첸징. 그런 그의 마음을 밀어내다, 생계를 위해 불법복제물을 팔던 린첸징이 교도소에 들어감으로인해 그의 빈자리로 자신의 마음을 깨닫습니다. 어느 누구보다 서로의 처지를 이해하고, 못난 모습도 서로 보듬어 주며, 제대로 된 사랑을 키워 갑니다. 린첸징이 교도소에 있을 때, 홀로 있는 그의 아버지를 신경 써서 여자친구인 척 찾아가며 보살피는 샤오샤오의 모습에서 그녀가 얼마나 좋은 사람인지 알 수 있습니다.
사랑 이상의 보금자리
두 사람은 서로를 생각하며, 현실에 맞서 나가기 시작합니다. 단순히 먹고 살기위해, 돈을 많이 벌기 위해, 성공을 위해 아등바등 살았던 두 사람이, 이제는 서로를 행복하게 해 주기 위해, 우리의 미래를 꿈꾸며 열심히 악착같이 일하며 돈을 벌기 시작합니다. 여전히 삶은 막막하고 빠듯하지만, 서로 의지하며 이겨냅니다. 베이징에서의 외로운 삶을 둘이서 같은 곳을 함께 바라보며 이겨내는 중입니다. 린첸징은 그런 와중에 꿈이었던 게임 개발도 틈틈이 준비합니다.
하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조금도 나아지지 않는 현실과 주변의 성공한 친구들을 보며 자존감이 많이 떨어지는 린첸징의 말은 아버지와 샤오샤오에게 화살이 되어 상처로 돌아갑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묵묵히 기다려주는 아버지와 곁을 지켜주는 샤오샤오 입니다. 샤오샤오와 함께할 번듯한 집과 직장을 얻어 나은 삶을 살고 싶지만, 노력해도 따라 주지 않는 현실에 점점 밑바닥을 보이는 린첸징과 달리 이제는 그가 정말 원하는 일을 하며 행복하게 사는 것이 꿈이 되어버린 샤오샤오. 그런 그녀의 모습에 자신이 못나서 기대도 하지 않는 것 같아 자존감이 더 낮아지나 봅니다.
설상가상 그렇게 갈망하던 더 나은 집이 아닌, 겨우살고있는 단칸방에서조차도 쫓겨나게 되며 반지하방으로 이사를 가게 되자, 점점 게임 폐인이 되어 예전의 빛나던 모습을 볼 수 없게 되는 그에게서 샤오샤오는 결국 견디지 못해 떠나게 됩니다.
떠나는 샤오샤오를 잡을 기회가 눈앞에 오지만, 자신의 모습이 얼마나 못났는지 알았기 때문일지 잡지 못하고 그녀를 보내게 됩니다. 그 이후로 더 한참을 정신 차리지 못하고 살던 그가 샤오샤오를 떠올리며 그때 완성하지 못했던 게임을 몰두해서 완성시켜 내고 그 게임을 통해 샤오샤오에게 미안한 마음을 담아 메시지를 전합니다.
" 켈리를 만나면 미안하다고 전해줘"
게임이 성공하고 큰 돈을 벌게 되자, 베이징에서 가장 좋은 집을 구매하고 샤오샤오와 쇠약해진 아버지와 함께 살려고 하지만, 성공은 하였으나 여전히 달라진 모습이 보이지 않는 그를 보며 실망한 그녀는 정말 그와 그의 아버지 곁에서 떠납니다.
" 나는 보금자리가 필요했던 거였어"
샤오샤오에게 보금자리란, 예전에 쫓겨났던 볼품없던 단칸방에 있었을 때의 린첸징의 빛나고 따뜻했던 모습이었을지도 모릅니다. 그녀에게 보금자리란 장소가 아닌 린첸징이었던 것 같습니다.
한참 시간이 흐른 후, 현재 춘절에 베이징으로 가는 비행기에서 두사람은 우연히 마주칩니다. 폭설에 비행기가 결항되자 항공사에서 잡아준 호텔에서 다음날을 기다리며, 오랜만에 만난 회포를 푸는 두 사람입니다. 과거를 추억하며 서로 상처받았던 마음을 보듬어 줍니다. 여전히 서로 놓친 걸 후회하고, 서로 안쓰러워하며 서로의 과거를 아파하지만, 이미 시간은 많이 지나 서로에겐 각자의 새 인연이 있습니다. 드디어 제대로 된 작별인사를 하며 잘될 거라고, 진심으로 서로를 응원하며 헤어집니다.
영화 연출 포인트
영화는 과거와 현재를 왔다 갔다하며, 현재는 흑백으로 연출합니다. 단순히 시점 혼선 때문에 준 연출인가 하였지만, 린첸징이 개발한 게임에서 캐릭터 이언이 켈리를 끝내 찾지 못하면 세상이 온통 무채색이 된다는 말에서 영화 연출이 납득이 되었습니다. 영화 끝자락에 평생 샤오샤오를 걱정하며 보고 싶어 했던 린첸징 아버지의 돌아가시기 전 편지를 유품정리함에서 발견한 린첸징이 샤오샤오에게 그 편지를 전해주는 장면이 있습니다. 그 편지를 처음 발견했던 린첸징은 여러 감정을 느끼며 일상생활을 하던 와중에도 계속해서 오열을 하고, 그 편지를 받은 샤오샤오 또한 슬퍼하는데, 이때 영화 화면이 유채색으로 변합니다.
정말 이 두 사람이 원했던 무언가를 아버지의 편지를 읽음으로써 찾은 시점에 연출이 유채색으로 바뀌는데 정말 많은 생각과 감정이 드는 장면이자 연출이였습니다.
예고편 마저 사랑할 수 있는 유일한 영화인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