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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클래식, 가슴 아픈 사랑이야기

by nosugarpie 2025. 2. 27.

 

 

영화 '클래식'의 영화음악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클래식 영화를 다시금 꺼내어 보게되는 가장 큰 이유는 영화에 담긴 영화음악 때문이기도 할 것 같습니다. 장면 하나하나 음악을 꾹꾹 눌러 담으며 들으면, 극 중 캐릭터들의 마음과 처한 현실에 더 공감이 됩니다. 

영화 OST 노래들중 김광석님의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였음을'의 가사와 너무 잘 맞는 스토리이기때문에 더 집중해서 볼 수 있는 하나의 요소 인 것 같습니다.

 

엄마와 딸의 닮아있는 사랑

주인공 지혜가 엄마의 옛사랑의 기록을 우연히 보게 되며, 엄마의 안타까운 사랑을 영화를 보는 관객들과 함께 들여다보는 연출이 재밌는 영화입니다. 손예진 배우님이 1인 2역으로 딸(지혜)와 엄마(주희)의 배역을 연기하는데, 딸과 닮은 엄마의 옛 모습에서 더 아련함과 현재와 과거의 사랑이 닮았음을 보여주는 것 같아 오히려 다른배우가 연기한 것 보다 몰입감이 좋은 장치인 것 같았습니다. 엄마의 클래식한 사랑 속 운명적인 만남이, 현 세계의 딸 지혜의 운명적인 사랑의 과정과 많이 닮아있기 때문입니다. 약혼자인 친구 대신 짝사랑하는 주희에게 편지를 대필해 주는 준하의 모습과 현재 짝사랑하는 상민에게 친구대신 사랑을 전해주는 지혜의 모습이 겹쳐 보이기도 합니다.

 

 

소나기

준하와 주희의 만남에서의 시작과 끝자락에는 항상 쏟아지는 소나기가 있습니다. 첫사랑도 폭우 속에서 다가오지만, 짧은 시간의 강렬한 사랑의 끝에 둘을 떨어뜨리는 요소이기도 합니다. 아픈 주희, 소나기, 시골소년 준하라는 키워드는 꼭 황순원 작가님의 소설 소나기를 보는 듯해서, 순수한 사랑을 지켜보는 와중에도 마음이 아팠습니다.

반면에, 딸 지혜가 좋아하는 선배인 상민의 마음을 확인 할 수 있는 장치도 '소나기' 였습니다. 엄마의 이루어질 수 없었던 사랑이, 우연을 가장한 운명의 사랑으로 나타나 상민과 지혜의 존재를 서로 알게 되는 마지막 장면에서는, 각자의 엄마와 아빠가 닮아있는 모습을 보면서, 꼭 주희와 준하의 사랑이 드디어 긴 시간 끝에 이루어진 것 같은 모습이 겹쳐 보이기도 합니다. 태수가 머리를 넘기며 앞머리를 입으로 부는 습관과 지혜가 똑같은 습관을 가진 모습이 오버랩 될 때, 지혜가 태수의 딸이라는 복선도 보여, 엄마의 사랑이 이루어지지 않았음을 암시하기도 합니다.

 

사랑과 우정, 그 시절 이야기

짧지만 강한 첫사랑을 남기고 간 주희를 우연히 만나게 되는 준하. 하지만 주희는 친구인 태수와 집안끼리 맺어진 정혼 관계입니다. 태수가 정혼자인 주희에게 보내는 연애편지를 준하가 대필해 주게 되는데, 상대가 주희라는 사실을 혼자 알고 있는 준하는 자신의 마음을 태수의 마음인 것 처럼 편지에 담아 보냅니다. 곧 모든 앞뒤 상황을 알게 되는 세사람이지만 가정폭력에 시달리며 몸도 마음도 약한 태수는 유일한 친구인 준하의 사랑을 응원해주고 도와줍니다. 하지만 곧, 아버지에게 들켜버려 평소보다 더 모진 폭행을 당하고 중간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마음약한 태수는 극단적인 선택까지 하게 됩니다. 그의 모습에 죄책감을 느끼는 주희와 그 모습을 바라보는 준하는 그들 곁은 조용히 떠나게 됩니다. 

 

시간이 한참지나 두 사람은 태수를 통해 우연히 만나게 되지만 짧은 만남이후 다시 이별하게 되고, 또 다시 몇년 후 서로를 잊지못하고 만나게 되는 두 사람을보면 세상에는 정말 운명과 우연이라는게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월남전에 참전하여 눈이 멀어버린 준하는 주희에게 짐이 되고 싶지 않아 금방 들통날 거짓말을 하게 되고, 도망치듯 떠난 준하때문에 더이상 두사람은 만날 수 없는 운명이 되어버립니다. 결국 끝내 두 사람의 사랑은 이루어지지 않았지만, 정말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단정 지을 수 있을 지도 의문이긴 합니다. 비가 그치고 무지개가 떴기 때문입니다. 오랜시간이 지나 태수와 결혼하여 지내고있는 주희에게 준하의 죽음이 소식으로 전해지고, 그때 보았던 무지개를 어렸을적 지혜가 아직도 잊지 않고 기억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혜와 상민이 서로의 존재를 알게되고, 조금은 억지스러운 결말이 아닐까 하는 아쉬움이 있긴하지만, 두 사람의 사랑이 이루어지는 장면에서 주희와 준하의 사랑도 이렇게 멀리 돌고돌아 이루어 진게 아닐까하는 씁쓸함이 남아 오히려 클래식 다운 결말이 아니였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