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정과 사랑
일제강점기 시대 '대성권번'에서 나고 자란 소율과 연희. 전통가요인 정가를 배우며 예인으로 함께 가족처럼 자랍니다. 정가를 부르는 예인이지만, 대중가요인 유행가를 부르는 가수 이난영을 존경하며 좋아합니다. 가족이 없는 연희와 엄마가 있지만 외롭게 자란 소율은 서로에게 친구 그 이상의 우정과 가족애를 나눕니다.
어렸을때 부터 알고 지낸 다른 권번의 기생의 아들인 김윤우. 일본 유학 후 돌아와 다시 소율과 사랑을 맹세한 사이입니다. 최치림 이라는 가명을 사용하며, 가수 이난영 노래를 작사작고하는 윤우이기도 합니다. 윤우는 정가처럼 한가하게, 여유있는 권력층이 앉아서 듣는 음악보다, 사는게 힘든 민중들의 삶에 녹아있는 음악을 만들고 싶어합니다. 일제강점기 시절 먹고살기 힘든 민중들에게 눈물이자 웃음이 되고 싶어 하는 윤우를 보며, 소율은 윤우와 함께 ' 조선의 마음'이 되고 싶다는 큰 꿈을 꾸게 됩니다.
어떠한 기회로 이난영 선생님 앞에서 노래를 부르게 된 소율과 연희였지만, 이난영 선생과 윤우의 마음을 움직인 건 연희 목소리였습니다. 개인적으로 사실 소율에게만 왔던 기회를 소율이 직접 연희의 손을 끌고 이난영 선생님댁으로 갔기 때문에, 그 장면이 가장 안타까워 보이기도 했습니다. 이때부터 세 캐릭터의 운명이 뒤틀린게 아니였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잘못 된 맹세
연희가 윤우의 노래를 부르게 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을때, 폭우를 맞으며 윤우 앞에서 자신의 노래를 들려주는 소율의 모습이 너무 처절하고 불쌍할 지경이였습니다. 그런 소율에게 윤우는 평생을 함께하겠다는 변하지 않는 영원을 맹세합니다.
하지만, '조선의 마음'을 부르는 연희를 바라보는 윤우의 표정에서 마음이 연희에게 갔음을 소율도 윤우도 깨닫게 됩니다. 함께 음악을 만들고 공감하며 연희와 윤우가 결국 사랑에 빠지게 되는데, 사랑 그 이상으로 연희의 목소리에서 윤우가 꿈꿔오던 조선의 마음을 느낀게 아니였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좌절, 질투 그리고 복수
지금까지 굳게 믿어온 예인의 길을 접고 권력자의 첩이 되버리는 소율의 모습에서 자신은 기생이 아니라 예인이라 스스로를 굳게 믿으며 지켜왔을텐데, 마음이 아픈 장면이였습니다. 소율은 권력을 앞세워 연희와 윤우의 음반인 '조선의 마음'을 심의에 통과하지 못하게하여 음반을 내지 못하게하고 몰수해버립니다. 자신을 찾아와 도움을 청하는 연희에게도 몹쓸 짓을 하고, 윤우와 연희의 소식을 알면서도 가운데서 만나지 못하게 방해합니다.
계속해서 꿈을 이루고자 음반을 내는 소율이지만, 텅 빈 소율의 목소리에서 어느 누가 조선의 마음을 느꼈을까요. 경무국장의 애첩이 부르는 노래는 처음부터 조선의 마음이 될 수 없었던게 아닐까 싶습니다. 윤우와 꿈꾸었던 이 시대의 아리랑이 아니였을테니까요. 힘든 시기의 조선의 민중들의 마음을 만져주는게 아니라 결국 일본 상류층의 유흥을 돕는 음악을 소율은 하고 있습니다. 복수는 하고 있지만, 정작 소율이 얻은건 없는 것 같습니다.
결국 어두운 밤, 방구석에서 연희의 노래를 들으며 창법을 따라부르는 소율의 모습이 얼마나 처절하고 또 처절하던지, 어느 누구 하나 행복하지 않은 비극입니다.
결국 연희가 소율때문에 죽게되고, 뒤늦게 소식을 접한 윤우가 찾아오지만 너무 망가진 소율을 보며 소율이 원하는 곡을 써주고 기찻길에서 잘못된 선택을 합니다. 오랜시간이 지나 연희의 '조선의 마음' 음반이 발견되고, 할머니가 된 소율이 자신이 연희라고 주장하며 방송국에서 '조선의마음'을 노래하게 되고 후회의 눈물을 흘리는데, 그때는 왜 몰랐을까요.
영화 연출과정에서 윤우와 연희의 서사나 각 캐릭터가 이어가는 감정선이 설득력이 떨어지는 느낌이 있어서 영화 진행되는 부분이 조금 부자연스럽고, 납득하기 힘든부분들이 조금 있습니다. 편집과정에서 많이 삭제 된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그들만의 시간에서 깊은 서사가 있었을 거라 생각하면서 본다면, 세 사람의 마음에 오롯이 집중하여 볼 수 있는 영화 인 것 같습니다. 영화의 영상미나 한복과 양장의 색감이 예뻐 눈길이 가는 영화이고, 시대배경에 맞는 생소한 '정가'라는 걸 접하며 듣는 음악들도 귀와 눈을 호강시켜주는 영화입니다.